이 글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맡았는데, 매년 같은 영상 교육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HR·조직문화 담당자를 위해 썼습니다. 먼저 이 교육의 법적 지위를 정확히 짚습니다. 그다음 신고 통계와 연구 근거를 보고, 직원·관리자 세션을 어떻게 나눠 짜는지 설명합니다.
결론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민간 기업의 괴롭힘 예방교육은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입니다. 대신 취업규칙 기재와 신고 후 조사·조치는 과태료가 걸린 의무입니다. 둘째, 교육만으로 괴롭힘이 줄었다는 근거는 약합니다. 셋째, 연구에서 비교적 나은 결과를 보인 것은 관리자 교육과 신고 이후 대응 체계였습니다.
예방교육은 권고이고 회사의 법적 의무는 신고 이후에 집중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괴롭힘 예방교육을 명령하는 조항이 없습니다. 고용노동부도 2020년 1월 회신에서 법률상 의무교육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중앙부처 1차 해석). 성희롱 예방교육처럼 미실시 과태료도 없습니다. 다른 법정교육과 비교한 표는 법정의무교육 캘린더 글에 정리했습니다.
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는 아래와 같습니다. 대부분 신고가 들어온 뒤의 절차입니다.
| 의무 | 근거 | 위반 시 |
|---|
| 취업규칙에 예방·조치 사항 기재(상시 10명 이상) | 제93조 제11호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신고·인지 시 지체 없는 객관적 조사 | 제76조의3 제2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확인 시 피해자 요청에 따른 보호 조치 | 제76조의3 제4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확인 시 행위자 징계 등 조치 | 제76조의3 제5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조사 중 알게 된 비밀 누설 금지 | 제76조의3 제7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신고자·피해자 불리한 처우 금지 | 제76조의3 제6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 사용자 본인의 괴롭힘 금지 | 제76조의2 | 1천만원 이하 과태료 |
출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93조, 제109조, 제116조(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 2026년 9월 확인).
조사 기간 중 피해자 보호 조치(제76조의3 제3항)도 법이 정한 의무입니다. 다만 제116조의 과태료 목록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볼 조항은 아닙니다. 보호 조치가 늦으면 2차 피해 분쟁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7월 매뉴얼을 고치면서 조사 원칙도 보강했습니다.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되면 조사 과정에서 사용자를 빼도록 권고합니다(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6. 7. 2.). 교육에서 이 절차를 설명하면 직원이 신고 제도를 믿을 근거가 생깁니다.
고용노동부 신고 건수는 4년 사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해마다 늘었습니다. 2025년에는 1만 6,373건으로 2021년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 연도 | 신고 건수 |
|---|
| 2021년 | 7,774건 |
| 2022년 | 8,961건 |
| 2023년 | 11,038건 |
| 2024년 | 13,601건 |
| 2025년 | 16,373건 |
출처: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직장 내 괴롭힘, '셀프조사' 막고 판단 기준은 더 명확하게」(2026. 7. 2.)
이 숫자는 외부 기관에 들어온 신고만 셉니다. 회사 안에서 처리됐거나 아예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빠져 있습니다. 증가가 곧 괴롭힘 증가라는 뜻도 아닙니다. 제도를 아는 사람이 늘어 신고가 늘었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조직이 치르는 비용을 보여 주는 수치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2026년 7월)은 두 조사를 인용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7년 조사에서 최근 1년 안에 이직한 사람의 48.1%가 괴롭힘을 이직 사유로 꼽았습니다. 고용노동부 2024년 실태조사에서는 피해자의 17%가 대응 방법으로 사직을 택했습니다.
교육만으로 괴롭힘이 줄었다는 근거는 아직 약합니다
괴롭힘 예방 개입을 다룬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Gillen 외, 2017)은 기준을 통과한 연구를 5편만 찾았습니다. 참가자는 모두 4,116명입니다. 저자들은 모든 결과의 근거 수준을 '매우 낮음'으로 평가했습니다.
세부 결과는 엇갈립니다. 존중과 예의를 연습하는 조직 개입(CREW)은 6~12개월 뒤 예의 점수를 기준 대비 약 5% 올렸습니다. 반면 정책 안내와 스트레스 관리 훈련, 부정 행동 인식 교육을 묶은 5개 사업장 연구에서는 피해 경험률이 13.6%에서 14.3%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교육을 받느냐도 결과를 가릅니다. Dobbin·Kalev(2019)는 미국 기업 805곳의 32년치 자료로 성희롱 예방 제도를 분석했습니다. 관리자에게 이상 신호를 찾고 개입하도록 가르친 교육 뒤에는 여성 관리자 비율이 늘었습니다. 금지 행동만 나열한 직원 교육 뒤에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 효과는 회사 구성에 따라 달랐습니다. 저자들은 여성 관리자가 많은 회사에서 제도가 더 잘 작동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반대로 그런 회사에서 일부 여성 집단에 대한 반발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적었습니다. 같은 교육이라도 어떤 사업장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다른 사업장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두 연구를 국내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Gillen이 검토한 연구는 한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고, 편수도 5편뿐입니다. Dobbin·Kalev는 괴롭힘을 직접 재지 않고 여성 관리자 비율로 효과를 간접 추정했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같습니다. 금지 목록을 읽어 주는 교육보다 관리자의 개입과 신고 이후 체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직원 세션과 관리자 세션을 나눠서 설계합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도 관리자 교육과 직원 교육을 따로 하라고 권합니다. 괴롭힘은 지위나 관계의 우위가 있는 사람이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매뉴얼은 연 1회 이상의 정기 계획을 세우고,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추가 교육을 하라고 안내합니다.
아래는 매뉴얼의 교육 내용표를 바탕으로 구성한 예시입니다. 시간은 회사 사정에 맞게 조정하면 됩니다.
| 순서 | 직원 세션(90분) | 관리자 세션(120분) |
|---|
| 1 | 괴롭힘 판단 요소 3가지와 사례 | 같은 내용을 판단이 어려운 사례로 |
| 2 | 사내외 신고 창구와 처리 절차 | 신고 접수 직후 대응 역할극 |
| 3 | 목격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 | 조사 중 보호 조치와 비밀 유지 |
| 4 | 우리 팀에서 일어날 법한 장면 토론 | 팀 안에서 반대 의견을 여는 회의 운영 |
판단 요소 3가지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의 정의에서 나옵니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는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가 있었는지입니다. 직원 세션에서는 이 세 가지로 사례를 직접 가려 보게 하면 규정을 외우는 교육보다 오래 남습니다.
성희롱 예방교육과 합쳐 운영해도 됩니다. 매뉴얼은 기존 성희롱 예방교육이나 산업안전 교육에 내용과 시간을 늘려 붙이는 방식을 허용합니다. 다만 성희롱 예방교육의 법정 필수 내용이 줄어들지 않도록 순서를 나눠 두세요.
관리자 세션은 신고를 받은 직후의 말과 행동을 연습합니다
관리자가 신고를 처음 듣는 자리에서 한 말은 이후 조사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관리자 세션의 절반은 역할극에 씁니다. 아래는 연습용 예시 문장입니다.
- 들을 때: "말해 줘서 고맙습니다. 지금 들은 내용은 절차에 따라 다루겠습니다."
- 하지 말 말: "그 사람 원래 그래요", "좋게 넘어가면 안 될까요?"
- 보호 조치를 물을 때: "조사하는 동안 자리나 업무를 바꾸길 원하나요? 원하지 않으면 바꾸지 않습니다."
- 비밀을 지킬 때: "내용은 조사 담당자에게만 전달합니다. 팀에는 알리지 않습니다."
보호 조치 문장에 본인 의사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법은 조사 기간 보호 조치를 하되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제76조의3 제3항). 비밀 누설 금지는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관리자에게도 적용됩니다(같은 조 제7항).
역할극 뒤에는 회의 운영을 다룹니다. 문제 제기가 골칫거리로 취급되는 팀에서는 신고보다 침묵이 먼저 나옵니다. 팀원이 반대 의견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 곧 심리적 안전감의 정의와 측정법은 심리적 안전감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교육 효과는 이수율이 아닌 근무환경 설문으로 확인합니다
이수율 100%는 교육을 했다는 증거일 뿐입니다. 행동이 바뀌었는지는 따로 재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 부록에는 '사업장 자체 조직문화 진단을 위한 근무환경 설문조사표'가 실려 있어 바로 쓸 수 있습니다.
- 근무환경 12문항: 7점 척도입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을 골칫거리로 본다", "소통창구가 잘 마련되어 있다" 같은 문항이 있습니다.
- 최근 6개월 경험 25문항: '전혀 없음'부터 '매일'까지 5단계로 빈도를 묻습니다. 성과 가로채기, 사적 심부름, 회식 강요 등이 들어 있습니다.
- 후속 문항: 주요 가해자의 직급, 대처 방식, 참은 이유, 사내 도움 부서를 아는지 묻습니다.
교육 전과 6개월 뒤에 같은 설문을 돌려 비교합니다. 특히 '혼자 참거나 체념했다'는 응답 비율과 '도움 부서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답 비율을 추적하세요. 교육이 신고 창구를 알리는 데 성공했는지 보여 주는 지표입니다. 결과는 응답자가 드러나지 않도록 일정 인원 이상인 단위로만 공개합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별 사건의 법적 판단은 노무사나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확인하세요.
관리자 세션을 조직 리더십 과정과 함께 설계하려면 리더십 명상 프로그램 구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법제처,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제76조의3·제93조·제109조·제11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2026년 9월 확인).
-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이 법률상 의무교육인지」 회신, 2020. 1. 3.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셀프조사' 막고 판단 기준은 더 명확하게」 보도자료, 2026. 7. 2.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2026. 7.
- Gillen, P. A. 외, 「Interventions for prevention of bullying in the workplace」,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7.
- Dobbin, F. & Kalev, A., 「The promise and peril of sexual harassment programs」, PNAS 116(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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