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EAP·멘탈케어 업체 두세 곳의 제안서를 받아 비교하는 HR 담당자를 위해 썼습니다. 제안서는 대개 비슷한 말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문 상담사", "철저한 비밀보장", "24시간 지원" 같은 표현만으로는 차이를 가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항목마다 업체에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좋은 답과 나쁜 답으로 나눠 채점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아래 7가지는 직원을 보호하는 장치와 회사가 운영을 확인하는 장치에서 뽑았습니다. 가격 비교는 EAP 비용 계산 글에서 따로 다루고, 이 글은 품질 기준만 봅니다.

7가지 항목은 직원 보호와 운영 확인 두 축에서 나옵니다

항목업체에 받을 것
1. 상담사 자격투입 상담사 명단과 자격명
2. 비밀보장회사 제공 정보 범위, 예외 조건
3. 개인정보민감정보 동의 방식, 재위탁 여부
4. 접근성첫 상담까지 기간, 운영 시간, 상담소 분포
5. 위기 대응서면 절차, 24시간 연락 경로
6. 회기 한도와 연계1인당 회기, 초과 시 연계처
7. 보고서샘플 보고서, 최소 집계 단위

항목 1~5는 직원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지를 봅니다. 항목 6~7은 회사가 제도를 관리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어느 한쪽이 비면 이용률이 떨어지거나 예산을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1. 상담사 자격은 자격명과 발급 근거까지 받습니다

국내 상담사 자격은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이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전원 전문 상담사"라는 말만으로는 수준을 알 수 없습니다. 참고할 만한 공적 기준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의 제공인력 기준입니다(보건복지부, 2026년 1월 수정). 이 사업은 상담사 자격을 1급과 2급 유형으로 나눕니다.

유형국가자격인정 민간자격
1급정신건강전문요원 1급, 청소년상담사 1급, 전문상담교사 1급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 1급, 전문상담사 1급
2급정신건강전문요원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전문상담교사 2급, 임상심리사 1급상담심리사 2급, 전문상담사 2급

출처: 보건복지부, 2025년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안내 65쪽.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복지법 제17조, 청소년상담사는 청소년기본법 제22조가 근거입니다.

  • 좋은 답: 투입 상담사별 소속, 자격명, 발급기관, 상담 경력, 활동 지역을 명단으로 냅니다.
  • 나쁜 답: 자격명 없이 "석·박사급 전문가"라고만 적거나, 명단은 계약 뒤에 주겠다고 합니다.

고용노동부도 자기 직원용 EAP 입찰에서 상담 인력의 자격증과 경력을 서식으로 받습니다. 공공기관이 쓰는 방식이니 민간 기업이 요구해도 무리한 요청이 아닙니다.

2. 비밀보장은 회사가 받는 정보와 예외 조건을 문서로 정합니다

비밀보장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근로복지기본법 제83조 제2항은 사업주와 EAP 참여자에게 근로자의 익명성 보장을 요구합니다. 예외는 근로자가 공개 대상과 내용에 동의한 경우뿐입니다(시행령 제55조).

상담사 윤리 기준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윤리강령은 내담자의 생명이나 타인·사회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 동의 없이 알릴 수 있다고 정합니다(5. 정보의 보호 및 관리 다항, 2018년 시행). 이 경우에도 정보를 공개한 사실을 내담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 좋은 답: 회사에 가는 정보 항목과 예외 조건(생명·안전 위협, 본인 동의)을 계약서 문안으로 제시합니다.
  • 나쁜 답: "관리자가 요청하면 협의해 공유"처럼 예외가 열려 있습니다.

계약과 별개로 직원에게 알릴 공지 문구 예시는 EAP 정의 글의 비밀보장 항목에 있습니다.

3. 개인정보는 민감정보 동의 방식과 재위탁 여부를 확인합니다

상담 기록에는 건강 정보가 들어갑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는 건강 정보를 민감정보로 보고, 다른 동의와 별도로 동의를 받게 합니다. 누가 이 동의를 받는지부터 확인하세요. 업체가 이용자에게서 직접 받는 구조라면 회사가 건강 정보를 다룰 일이 줄어듭니다.

회사가 직원 명단을 넘겨 이용 자격 확인이나 예약을 맡긴다면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같은 법 제26조와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위탁 목적과 범위, 재위탁 제한, 안전성 확보 조치, 감독, 손해배상 책임을 문서에 넣어야 합니다. 구조마다 판단이 달라지니 계약 전에 개인정보 담당자의 검토를 받으세요.

재위탁은 EAP에서 특히 흔합니다. 외부 EAP는 상근 상담사 대신 지역 협약 상담사 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Jacobson & Attridge, 2010). 수탁자가 다시 맡기려면 위탁자의 동의가 필요하므로(제26조 제6항), 협약 상담소 목록을 받아 두어야 합니다.

  • 좋은 답: 민감정보 동의서 양식, 협약 상담소 목록, 기록 보관 기간과 파기 방법을 냅니다.
  • 나쁜 답: 상담 기록을 회사 서버나 회사 계정 메일로 주고받자고 합니다.

4. 접근성은 첫 상담까지 걸리는 날짜와 운영 시간으로 비교합니다

"신속한 연결"은 비교할 수 없는 말입니다. 신청부터 첫 상담까지 며칠이 걸리는지 숫자로 받으세요. 운영 시간과 대면 상담소의 지역 분포도 함께 봅니다.

공공 입찰의 조건이 참고가 됩니다. 고용노동부의 2026년 EAP 제안요청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상담하고, 주말 상담 인력도 확보하도록 요구합니다. 평가 항목에는 전국 상담소 수가 들어 있고, 400개소 이상에 만점을 줍니다(고용노동부 공고 제2026-93호 첨부 제안요청서). 직원 1만 4천 명 규모 기준이므로 우리 조직의 거점 수에 맞춰 조정합니다.

  • 좋은 답: 최근 분기의 신청~첫 상담 평균 일수와 우리 거점 인근 상담소 수를 냅니다.
  • 나쁜 답: 앱이나 채팅만 있고 대면·전화 선택지가 없는데 교대근무자 대책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5. 위기 대응은 서면 절차와 24시간 연락 경로를 요구합니다

상담 중 자해·자살 위험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이때 누가 누구에게 몇 시간 안에 연락하는지가 서면으로 있어야 합니다. 회사 담당자에게 알리는 조건도 비밀보장 예외와 같은 기준으로 맞춥니다.

외부 EAP는 거의 항상 24시간 전화 연결을 제공한다고 보고됩니다(Jacobson & Attridge, 2010). 사건·사고가 난 부서에 상담사를 보내는 긴급 파견도 확인합니다. 고용노동부 EAP 계약에는 긴급파견 상담이 연 6회 이상 들어 있습니다.

  • 좋은 답: 위기 단계별 조치, 24시간 번호, 자살예방상담전화 109·119 연계 절차를 문서로 냅니다.
  • 나쁜 답: "상담사가 알아서 판단한다"고만 답합니다.

6. 회기 한도를 넘는 사례는 어디로 연계하는지 정합니다

EAP 계약은 보통 1인당 회기 수에 한도를 둡니다. 북미 외부 EAP 업체 조사에서도 3회, 5회, 8회처럼 한도를 두는 계약이 많았습니다(Attridge 외, 2013). 한도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한도를 넘는 사례를 어디로 보내는지가 문제입니다.

진료가 필요한 사례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합니다. 이때 비용을 누가 내는지, 연계 뒤에도 EAP 상담을 이어 갈 수 있는지 계약에 적습니다.

  • 좋은 답: 한도, 추가 회기 단가, 연계 기관 유형과 절차를 한 장에 정리해 냅니다.
  • 나쁜 답: 한도를 넘으면 "개인이 알아서" 찾아가라고 합니다.

7. 보고서는 샘플을 받고 최소 집계 단위를 확인합니다

회사가 제도를 관리하려면 이용 통계가 필요합니다. 고용노동부 EAP도 월별·분기별·최종 보고서를 받고, 업체가 분기마다 이용 현황을 분석해 홍보를 협의하도록 합니다. 문제는 통계가 너무 잘게 쪼개질 때입니다. 인원이 적은 부서의 통계는 사실상 개인 정보가 됩니다.

  • 좋은 답: 익명 처리된 샘플 보고서를 보여 주고, 일정 인원 미만 집단은 합쳐서 낸다는 기준을 숫자로 밝힙니다.
  • 나쁜 답: 부서별·직급별 이용자 수를 인원과 상관없이 모두 보여 주겠다고 합니다.

보고서에 상담 사례가 들어간다면 식별 정보를 지운 형태인지 확인합니다. 최소 집계 인원은 업계 공통 기준이 없으니 조직 규모에 맞춰 계약서에 정합니다.

계약서에는 답변을 조항으로 옮겨 적습니다

제안서의 좋은 답도 계약서에 없으면 지켜지지 않습니다. 다음은 조항 문안 예시입니다. 실제 문구는 법무 검토를 거쳐 정하세요.

  1. 수탁자는 상담 이용자의 성명, 상담 내용, 상담 일시를 위탁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이용자가 대상과 내용을 정해 서면 동의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2. 수탁자는 이용자 또는 타인의 생명·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 한해 별첨 위기 대응 절차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며,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린다.
  3. 수탁자는 상담 업무를 제3자에게 재위탁하는 경우 위탁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고, 협약 상담소 목록을 분기마다 제출한다.
  4. 수탁자는 신청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일 이내에 첫 상담을 제공한다.
  5. 수탁자는 ○명 미만 집단의 통계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상위 집단에 합산해 보고한다.

일곱 항목을 모두 갖춘 업체가 없다면 1~3번을 먼저 봅니다. 자격, 비밀보장, 개인정보가 흔들리면 나머지가 좋아도 직원이 쓰지 않습니다. EAP의 기본 구조와 무료 공공 EAP는 EAP 정의와 국내 이용 경로 글에 정리했습니다. 비교표를 사내 보고서로 옮길 틀이 필요하면 자료실의 기획안 PPT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일반 정보이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법률 자문이 아니며, 법령은 게시 시점 기준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에 연락하세요.

참고 자료

  1.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사업」 안내, 2026년 1월 9일 수정. 링크
  2. 보건복지부, 「2025년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안내」, 2025. 링크
  3. 법제처, 「근로복지기본법」 제8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5조. 링크
  4. 법제처,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조문(2026년 9월 확인). 링크
  5. 법제처, 「개인정보 보호법」 제2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 링크
  6. 법제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 링크
  7. 법제처, 「청소년 기본법」 제22조. 링크
  8.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윤리강령」 5. 정보의 보호 및 관리, 2018년 시행. 링크
  9. 고용노동부, 「2026년 고용노동부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운영 입찰공고」(제2026-93호) 첨부 제안요청서(hwp) 「2. 사업 내용」·정량평가 「3. 상담소 구축 현황」, 2026. 링크
  10. Attridge, M., Cahill, T., Granberry, S. W. & Herlihy, P. A., 「The National Behavioral Consortium Industry Profile of External EAP Vendors」, Journal of Workplace Behavioral Health 28(4), 2013. 링크
  11. Jacobson, J. M. & Attridge, M., 「Employee Assistance Programs (EAPs): An Allied Profession for Work/Life」, Sloan Work and Family Research Network, 2010. 링크